2008년 04월 09일
[정치] 최저의 투표율과 대의제 민주주의
18대 총선의 투표 참여율이 46.0%로 잠정 집계되면서, 역대 전국 동시선거 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나라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도 거의 확정된 모양이다. 한나라당은 잔칫집 분위기라고 하고, 민주당은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이 담담한 표정을 짓거나 침통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단다. 투표 종료 직전 '역대 최저 투표율'만은 막자면서 선관위에서 투표 참여를 호소했지만 국민들의 무관심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다들 이번 투표율이 시사하는 바를 두고 걱정들이 많다. 민주주의의 위기라고들 한다. 그런데 조금 더 정확해질 필요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다. 그리고 더 이상 국민들이 국회의원 선거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건, 그들이 국회의원을 직접 선출해도 그 선출된 국회의원이 그들에 대한 대표성을 갖지는 못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는 그들이 선출한 국회의원이 그들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을 제안할 경우 그것을 저지할 실질적 수단이 전혀 없다. 국민들이 그들을 전혀 대표하지 못하는 대표들을 직접 선출하는 총선은, 그래서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말이 좋아 선출이지, 실질적으로는 정당이 선택한 후보들 중 하나를 고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당적 없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지만, 유세와 같은 지원에 있어서 무소속 후보는 정당의 이름을 걸고 출마하는 후보와 비교해 동등한 입장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즉 선출과정에서부터 이미 국회의원 선거는 국민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그러한 상황에서 (당의 유명세 등으로) 선출된 후보가 국민들을 위해 일해줄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라도 국민들을 위해 스스로를 다 바칠 수 있는 후보를 신중히 선출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지당한 반박이다. 그러나 그러한 지당한 반박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근본적인 한계에 대한 대답은 되지 못한다. 인간이 미래에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있는 그 어떤 근거도 현재는 제공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국민소환제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즉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표라면 국민의 손으로 물러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하다.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한번 국민의 손에 의해 선출된 대표들은 그 순간부터 국민들의 지지에 근거한 권력이 아닌 다른 형태의 권력을 가지게 된다. 그 권력은 그들이 속한 정당으로부터 나오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뒤를 봐주기로 약속한 기업으로부터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국민소환제가 법으로 정착된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실제로 그 권리를 행사해 국회의원을 파직시키는 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선출되는 그 순간부터 그들은 국민에 비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초에 '대의제'와 '민주주의'는 함께 적용될 수 없는 개념일 수도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역사에 있어서 하나의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정당 없이도 민주주의는 가능할 수도 있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직접민주주의도 그렇게 불가능한것만은 아닐 수 있다. 우리가 정당 없는 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건, 아직 우리가 그런 체제를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그리스라는 예외가 있긴 하지만 그리스의 예를 현대사회에 적용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일단 스케일부터가 다르다.) 흔히들 말하곤 하는 '전자민주주의'도 정당없는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직접민주주의 체제를 택한다 하더라도 공통의 뜻을 가진 국민들의 대표자가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한 분야에 있어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다면, 그 대표자는 마땅히 상향식으로 공통의 뜻을 가진 국민집단에 의해 추대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애초부터 국민들의 의지와는 별개인 정당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될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상향식으로 추대된 대표라 하더라도 그 대표가 그를 택한 국민들의 의지에 반한다면 언제라도 국민들에 의해 대표의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체제 하에서 정당은 굳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공통의 뜻을 가진 국민들이 곧 그 자체로 정당이기 때문이다.
# by | 2008/04/09 23:02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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